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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chat/economy

부동산

by edino 2018. 9. 12.

부동산이 아주 난리다.

나는 전세 한번, 매매 한번 계약해본게 전부인 1가구 1주택자이고, 부동산 투자가 주식투자보다 훨씬 어려운 부알못이지만, 내 생각을 한번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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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올라 비명을 지르고 이런저런 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난리지만, 열에 아홉은 자신의 이익에 따른 주장을 할 뿐이다.

 

나같은 1가구 1주택자들은 사실 별 생각이 없고 특별히 정책에 취향도 없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자 처지는 다르다.

가지고 있는 집이 올라 좋을 거 같지만, 장차 더 나은(비싼) 집으로 옮기려면 팔고 갈 집은 더 올랐을테니 좋을 게 없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집을 가진 사람은 화가 나기까지 한다. 반면 가지고 있는 강남 집 팔고 시골로 내려갈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집 한채뿐인 노년이라면 강남 집값이 더 오르면 좋을테고.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강남 집은 평생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툭하면 나오는 보유세 인상 얘기는 내심 상당히 거슬린다. 종부세와 거리가 먼 집을 가진 사람은 종부세만 올렸으면 좋겠고, 종부세 대상이 되는 집은 잘못한 게 없는데 벌준다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집이 대출을 끼고 있으면 금리라도 오를까봐 신경쓰인다.

 

무주택자들이야말로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장 힘든 처지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목소리도 크다. 한때 부동산 폭락할테니 어쩌구 경고하던 무주택자들은 자신의 판단을 오판으로 만든, 책임 전가할 비난의 대상이 필요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부동산 하락을 부를 수 있는 모든 정책이다. 종부세도 보유세도 금리도 다 올리고, 그린벨트고 뭐고 다 풀고, 등등. 혹시라도 그래서 폭락하면 그때는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 망하는 것이 맘이 더 편하다. (왜 아니겠는가? 나라도 그걸 원할 것이다.)

 

2주택 이상 큰손들, 그리고 갭투자자들.

이들은 현 상황이 흐뭇하겠지만, 속으로 미소만 지을뿐 괜히 목소리 내서 미움받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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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 정부 들어서 부동산이 폭등했을까?

나는 서울의 부동산도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원리가 작동하나, 전세시장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방향에 따라 급등락이 연출되는 시장이라고 본다. 수요야 인구구조가 갑자기 급변한 바가 없으니 문제는 공급에 있다. 실제 이번 정부가 어떻게 했느냐를 떠나, 상대적 진보인 현 정권은 재개발, 재건축 포함 부동산 공급을 억제하는 쪽이라는 signal을 준다고 본다. 다른 모든 정책에 있어서 이번 정권 들어서 부동산 시장에 크게 도움이 될만한 정책은 없었다. 미세하게라도 보유세는 올리는 쪽이고, 금리도 바닥은 찍었다. 하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라면? 대세 상승 기대가 힘을 얻는 조건이 된다.

 

지난 몇년간 저금리와 부동산 안정기에 따라 전세는 서서히 사라졌어야 했으나, 그러한 부동산 안정기가 충분히 오래가지 못하였다. 전세 제도는 한편으로는 집값 안정기에 예비 부동산 구매자에게 구매욕구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능도 있겠으나, 상승기에는 불쏘시개가 될 뿐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안정기로 인해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유례없이 좁혀지면서, 갭투자가 너무나 쉬워졌다.

 

대세 상승의 기대가 저금리와 전세시장의 존재에 힘입어 갭투자를 유행하게 했고, 어느 순간 상승 그 자체가 호재가 되어 코인판처럼 폭등을 연출한다. 이제는 수요-공급과는 유리되어, 전세가와 매매가의 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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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동산은 언제까지 오를까?

강남 따라 오른 서울 집값은 강남 상승이 멈추면 꺾일 것이다.

강남은 언제까지 오를까? 기본적인 수요-공급과 유리된 상황이므로, 이제 끝물이라고 생각한다. '평당 1억'설의 진원지인 한강뷰 아파트들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2배가 흔하고, 이제 갭투자는 물론이고 상위 1% 소득자라도 본인이 번 돈만으로는 쉽게 살 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전세가를 보면 다들 거기 못살아서 안달일 정도는 아닌 곳이고, 어쨌든 전세는 비교적 싸게(?) 구할 수 있다면, 설사 한강뷰라는 제한적인 물량으로 인해 매매가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강남권 전역의 가격에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한번 안정기에 접어들면, 폭락은 아닐지라도 오랜 기간 다시 약세로 돌아서리라고 본다. 그래도 강남은 계속 강남일 것이다. 용산 정도가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따라 강남 지위에 도전할 수 있겠고.

 

이런 예상을 적어놓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ㅋㅋㅋ

생각해보면 돈이 없어 실행에 못옮겨서 그렇지, 서울만 계속 오를 것이라던가 한강변 아파트가 대박날 거라던가 이런 예측들은 맞춰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폭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정도도 상상 이상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맞을지 지켜보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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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dino의 별 근거 없는 예측만 믿고 정부는 아무것도 안해도 될까?

아니다. (단호)

 

내가 생각하는 대책은 공급 확대 시늉이다. 이것이 가장 강력하다.

다른 건 몰라도 MB가 부동산 가격을 잡은 건(그게 의도였다고 치고) 아무렇지 않게 그린벨트도 풀어버리고, 주변 대비 싼 가격에 강남권에 집을 얻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실제 물량은 중요하지 않다. 수요자들은 실제 당첨될 확률이 로또급일지라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한 그보다 비싼 주변 아파트에 눈돌리지 않고 전세로 살면서 계속 로또를 노리면 된다. 정말 계속 지을 것 같으니 가격이 오를 수가 없다.

 

실제로 MB처럼 그린벨트 막 풀고 하는 건 개인적으로도 반대고 현 정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 등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게 하고, 용산 개발 등 강남 대체지가 될만한 개발은 최대한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일단 발표를 한다. 일부는 MB처럼 인위적으로 기준점이 될만한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고 하면 더 좋다. 이것은 아주 일부에게 뽑기식으로 큰 혜택을 주는 것이라 아주 안좋은 방법이지만, 나중에 실제 어떻게 하든 당장은 그런 시그널을 주는 것이 유용하다. 30년 장기 임대 이런 것도 괜찮다.

 

금리 인상? 집값을 목적으로 금리 인상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담보대출 관련 규제는 2가구 이상에 대해서 강하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보유세 인상? 무주택자들만을 기반으로 다음 정권을 창출할 자신이 있으면 확 올리자.

종부세만 올리자고? 종부세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게다가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대상도 엄청 늘어날 것이다. 누군가 했던 얘기처럼, 보유세를 올리려면 모두 다 같이 올려야 한다. 살고 있는 집값만으로 선을 긋는 건 세수에도 도움이 안되고 인기에도 마이너스인 필요없는 분열이다. (물론 이건 내 상황이 강하게 반영된 주장이다.) 정권 넘겨주면 다음 정권이 제일 먼저 무력화시킬 대상이다.

 

무엇보다 세수 확충을 위해서가 아니라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를 올리겠다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얘기다. 게다가 효과가 전혀 없다는 건 지난 정권들에서 확실히 배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 하고 싶으면 집값 인상에 확실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주택자들만을 대상으로 할 일이다. 1주택자들에게 엄한 화살을 돌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만에 하나 그게 효과가 있다면, 그래서 집값이 떨어지고 비례하여 다시 보유세가 내려갈테니 걱정하지 않겠지만, 공급에 대한 기대를 주지 않고서는 절대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유세가 부담이 되는 사람도 욕하면서 세금 내지, 그것 때문에 한채 뿐인 집을 팔리는 없다. 부동산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공급은 두고 규제로 잡으려는 생각은 시장을 이기려 드는 꼴이다. 1주택자는 아무리 족쳐봐야 공급을 늘릴 수 없다고.

 

차라리 세수 확충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부동산 안정시키고 나서 부동산 대책과 별도로 장기적 인상안을 발표하자.

 

 

 

사진은 글 내용과 별 상관은 없는, 방문해보고 감탄했던 지인의 집에서의 한강뷰. ㅋㅋ

 

이상, 집값 오르는 것이 전혀 반갑지 않고, 보유세 오르는 것도 끔찍하게 싫지만, 이번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1주택자의 변이었다. 곧 또다른 대책이 발표된다는데, 내 기대와는 다르게 또 뻘짓을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뻘짓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원리에 의해 내 예상대로 부동산 가격이 흘러간다면 효과가 있다고 착각할까봐 걱정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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