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 니스.
르 메르디앙 호텔 건물에 딸린 렌트카 업체에 차를 반납하고, 우리의 숙소로 향했다.
우리의 호텔도 도보로 여기서 5분도 채 안걸린다.
엑상프로방스를 제외하고 이번 여행 가장 비싼 호텔이었는데, 방도 깔끔하고 좋았지만 무엇보다 위치가 참 좋다.
해변도 가깝고, 구시가도 가깝고.
호텔 체크인을 하고 다시 나가려다 보니 렌트카 반납할 때 차에 Kiwi 안경을 두고 내린걸 알았다. -_-;;
이번 여행에선 이동이 잦아서인지 잃어버린 게 많다. 신용카드, 캐리어 자물쇠 열쇠, Kiwi 모자 등등.
다행히 렌트카 업체에 다시 찾아가 안경은 되찾아올 수 있었다.
본격 니스 구경에 앞서 마세나 거리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그늘 밑인데도 에어콘은 없소 무덥지, 주변에선 담배 뻑뻑 피워대지, 음식은 늦게 나오지, 맛도 그냥 그렇지. -_-;
프랑스에선 이태리에 비하면 먹는 기대가 안된다. 맘먹고 고급 레스토랑 찾아나서지 않는 이상.
호텔 프론트에서 지도로 여기저기 알려주며 특히 요새 백화점 대박 세일이라길래 잠깐 들러보았다.
하지만 백화점은 좀 낡았고, 사람은 많아 별로 쾌적하지가 않다.
백화점, 쇼핑몰 같은 곳은 아시아권이 훨씬 삐까뻔쩍하다. 물론 제법 오래된 선진국인 일본도 낡은 백화점들 제법 있지만.
암튼 세일을 많이 하는 것 같기는 한데, 특별히 사려고 하는 아이템도 없고 시간도 넉넉한 것도 아니라 그냥 둘러보고 나왔다.
다음엔 어딜 가볼까 하다 니스 현대미술관으로 정했다.
사실 백화점이나 미술관이나 뜨거운 니스의 낮 햇살을 피하고자 정한 곳인데, 백화점은 별로 쾌적하지가 않더란 말이지.
미술관은 그래도 쾌적하리라 생각하고 가는데, 사실 더 보고 싶은 건 샤갈 미술관이었지만, 샤갈 미술관은 Kiwi 데리고 걷기엔 무리인 거리다. 현대미술관은 지도로 보기엔 갈만해 보였는데, 날이 더우니 아이와 함께 걷기에 만만치는 않았다.
가는 길에 성당 앞에 작은 공원 같은 공간이 있어 잠시 쉬어 간다.
니스 현대미술관은 가이드북에 무료라는 정보와 달리 유료였다.
유료여서 불만은 별로 없는데, 미술관 안에도 에어콘이 거의 안틀어져 있다. -_-;;
힘들게 걸어 와서 뽀송뽀송하고 시원한 관람을 기대했건만.
전시 내용은 그냥저냥.
차라리 택시를 타고 샤갈 미술관을 다녀올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Kiwi는 또다시 아이스크림으로 충전하고 일단 다시 호텔로.
올 때는 구시가를 끼고 있는 공원을 통해 왔는데, 아주 꾸며 놓았다.
아이들 놀이터도 근사하고, 온통 풀밭에 가족들이 많이 나와 쉬고 놀고 있다.
아이들은 역시 물놀이.
여기서 Kiwi 놀릴까 하다 곧 바다를 갈 것이니 그냥 통과.
다시 마세나 광장.
곧 호텔에 도착해 잠시 쉬다 수영 준비를 하고 바닷가로.
바다와 가까우니 그냥 수영복 입고 바다로 걸어 갔다 대충 수건으로 닦고 와서 씻어도 된다.
니스의 해변도 자갈 해변.
아주 완만하진 않지만, 동해처럼 급하지도 않다.
제법 늦은 시간까지 있었지만 역시 해는 길고, 너무 뜨거운 한낮보다는 차라리 괜찮은 듯.
특별히 끝내주는 풍경의 해변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트다쥐르에서는 도시 구경만 하기 보다는 바다에서의 시간도 좋다.
호텔로 돌아와 씻고 한숨 돌리고, 이번 여행 마지막 저녁을 위해 출발.
제법 돌아다니고 수영도 하니 좀 피곤도하여 그냥 뭐 사다 호텔에서 먹자는 yeon의 의견을 강력히 거부하고, 여행의 마지막 만찬은 그리 때울 수 없다고 가족들을 이끌고 니스 구시가로 출발.
해가 져가는 시간, 니스의 관광객들은 저녁이면 죄다 이리 나오는 모양이다.
가다가 와인을 파는 가게를 보았으나, Kiwi와 yeon이 기다리면 제대로 고르기 힘들 듯 하여 일단 식당 자리를 먼저 잡기로.
날씨도 좋고, 노천식당들의 왁자한 분위기, 좌판에 열린 시장들 구경까지, 나는 밤의 니스가 훨씬 좋았다.
메뉴와 분위기를 보며 마지막 만찬지를 고르다 선택한 곳.
스페인 음식 위주인 곳, 빠에야와 홍합요리 등 해산물 요리 위주로 주문.
프랑스의 여느 웨이터들과는 달리 주문받은 웨이터가 유난히 친절했다. ㅎㅎ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나는 아까 봐둔 와인 가게로 달려가 2병의 와인을 샀다.
엑상프로방스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20유로 넘는 와인들도 여긴 많다. ㅋㅋ
한병은 60유로 정도의 본 로마네 마을 단위 와인, 한병은 20유로 정도의 프로방스 로제 와인.
프로방스는 로제가 유명한데, 아주 고가는 별로 없다. 20유로면 꽤 비싼 축인데, 병도 예쁘고 적당한 가격인 듯 하여 골랐더니 계산해주던 아주머니가 잘 골랐다고 엄지를 치켜올린다. 훨씬 비싼 본 로마네 와인에 대해선 아무 말 안한 걸 보면 나름 애향심인가 싶기도 하고. ㅎㅎ (나중에 집에서 친구네 불러 마셔봤는데, 제법 드라이한 로제라 신선했다.)
와인을 2병 골라 사갔지면 역시 여기는 프랑스, 아직 음식은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나온 음식과 웨이터가 추천해준 프로방스의 화이트(해산물 위주 음식이라 화이트로 추천하겠댄다) 와인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호텔에서 대충 사다 때웠으면 없었을 시간. 나오길 잘했다는 데 yeon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저녁이었다.
프랑스에서 사먹은 식사 중엔 최고의 시간! ㅋㅋ
니스의 밤은 깊어가고, 모두가 즐거운 것 같은 이 곳. (물론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도 안에 있겠지만.)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는 시장도 많다.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슬슬 돌아갈 시간.
마세나 광장은 밤에도 화려했다.
다음날은 호텔에서 예약해준 밴으로 니스 공항까지 갔다. 니스의 공항은 매우매우 가깝다.
니스-로마의 짧은 비행을 거쳐 인천행 비행기를 2시간 정도 대기하는 동안 면세점에서 와인 한병을 더 득템했다.
여행기 정리도 끝났으니, 다음은 어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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