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nerary/15 : Italy France

Avignon

by edino 2015. 8. 24.

7월 12일.

프로방스와 꼬뜨 다쥐르로 대표되는 남프랑스는 가고자 하면 갈 곳이 수도 없이 많고, 그냥 넘어가기로 하면 또 반드시 가야 할 마을이나 도시란 것도 그다지 없는 것 같다.


선배 가족은 유럽에 산지 오래이기도 하거니와, 그렇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 가기로 한 아비뇽은 선배가 더 적극적이었다. 사실 선배형은 몇달 전에 반쯤 출장 비슷한 접대 여행으로 이태리와 남프랑스를 돌았는데, 그때 아비뇽이 마음에는 들었는데 시간이 안맞아 제대로 구경을 못하신 모양. 사실 처음엔 숙소도 아비뇽으로 잡으려고 했었는데, 숙소를 알아보니 이때가 아비뇽 연극 페스티벌이 한창인 시즌이었다. 평좋은 호텔은 이미 full booking이거나, 그나마 남아 있는 방들은 평소에 2배 가까워서, 찾다 보니 엑상프로방스 근처에 묵게 되었다.



그래도 아비뇽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다.

두집 모두 차도 있고, 대부분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한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


전날의 숙취를 떨치고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아비뇽으로 출발.

Kiwi는 넉살 좋게 누나가 있는 선배네 가족 차를 타겠다고. ㅋㅋ



그러나, 출발 15분도 안되어 앞서 가던 선배네 차가 휴게소 들어가는 방향으로 깜박이를 켠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라고. -_-;;;

휴게소에 들렀는데, 어제 들렀던 휴게소 같이 이것저것 편의점스럽게 물건을 파는 곳도 있지만, 프랑스 프랜차이즈 빵집이라는 Paul이 훨씬 인기인 듯. 줄이 상당히 길다. 전날 술이 부대껴 빵은 맛만 봤는데 별 기억은 안난다.



다시 출발하여 아비뇽에 도착.

연극 페스티벌 기간인데다 일요일이라 주차가 어려울줄 알았는데, 다행히 주차를 했다.

시가지 밑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지하 주차장이 있는데, 규모가 참 놀라울 정도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대형쇼핑몰에 엄청난 규모의 지하주차장이 있는 경우는 많지만, 아비뇽의 주차장은 꼬불꼬불하면서 거대한 미로 같다. 언제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게. 남프랑스 마을들은 그런 경우가 많았다. 구시가지에 주차를 위한 공간 따위가 있을리 없는데, 시가지를 보존하면서도 그 지하로 주차장들을 잘도 만들어 두었다. 휴가시즌의 관광지들도 꼬박꼬박 주차비만 내면 주차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극성수기는 또 모르겠다만.



페스티벌 기간이 아니어도 휴가시즌이니 이 정도 인파는 있으려니.

연극 페스티벌의 주된 무대는 이 아비뇽 교황청 근처는 아니다.



교황청이 압도적인 아비뇽의 느낌은 바티칸의 느낌과 사뭇 다르다.

시대가 시대였으니, 이 교황청은 안과 밖을 격렬하게 격리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엿보인다. ㅋㅋ

넘어갈 엄두는 아예 나지 않을 정도로 높은 벽, 두께도 4미터에 이른다고. 바위산 속을 파고들듯이 지어졌다고 한다.



바로 근처의 아비뇽 대성당.



아비뇽 대성당 뒤쪽으로 약간 고지대로 올라갈 수 있다.

론강이 흐르고, 마을들이 내려다 보인다.

사진에선 안보이지만 왼쪽으로 생 베네제 다리도 멀리 보인다.

아비뇽 교황청과 입장권을 함께 파는데, 멀어 보여 따로 가보진 않았다.



그리고 위쪽에는 이렇게 태양도 피하면서 휴식을 취할 만한 공원이 있다.



말도 안되게 허접한 목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원하니 어쩌겠는가.

별 관심 없는 곳들 데리고 다니려니 이런 정도는 들어주는 수 밖에.

그런데 막상 둘이 은근 경쟁 붙어 타는걸 보니 벤허를 연상케 하는 치열함이... ㅎㅎㅎ

지나가던 행인들의 박수도 받았다고. ㅋㅋ



교황청에 들어가 보았다.

연극제 기간이라 일부 시설물에는 공연장도 마련되어 있다.

성당과도 다르고, 성과도 다르고...

그 역사를 알고 나서 보는 편견 때문인지 어찌 보면 커다란 요새이자 감옥 같기도 하다.

대혁명 당시 파괴와 약탈로 내부에 볼 것이 별로 없다는데, 그전엔 아주 화려했을까? 그럼 좀 많이 다른 느낌이었을까?



내부에 그림들은 사진을 못찍게 되어 있고, 이외의 것들은 찍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림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다. 이곳에서 재임했던 교황들의 초상화라던가 하는 것들.

나폴리와 어디어디를 다스리는 공주이자 프랑스 어느어느 지방의 귀족인 여자가 돈이 없어 어느 지방 영토인가를 팔러 온 장면을 그린 그림이 좀 기억에 남는다.


좀 독특한 구조의 공간들이 있었는데, 사실 그 당시 그대로가 아니면 어떤 느낌의 공간들이었는지 잘 상상이 안간다.

예를 들어 아주 높은 천장을 가진 부엌도 있었는데, 상상만으로 그 공간에서 누군가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떠올리긴 어려웠다.



꼭대기에도 올라갈 수 있는데, 밖에서는 안보이지만 성벽에 교묘하게 가려진 작은 규모의 카페테리아도 있다.

그곳에서 또 잠시 아이들을 기운내게 할 아이스크림과 어른들도 음료수 타임.

사실 여기서 보이는 광장이 아비뇽 관광지 대부분인줄 알았는데, 연극 페스티벌의 대부분은 저 골목들로 들어가야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가기 전엔 언제나 그렇듯 기념품 코너.



목검은 주로 그 상대가 될 나에게 너무 아플 것 같아 왠만하면 안사주고 싶었는데, 집에 있는 라이트세이버 종류의 칼들과는 사실 방패와 조합이 그다지 조화롭지 못하다. 깔맞춤으로 한세트 장만 후 포즈.



이비뇽 유수 같이 가물가물한 역사적 사건 이외에 아비뇽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역시 연극 페스티벌 때문인데, 내 생전에 연극제가 열리는 아비뇽에 갈 일 같은 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여행갔을 때 유명한 축제가 열린다는데 마다할 이유야 없지만, 그것만을 위하여 계획을 짜지 않는 한 보통은 날짜를 맞추기도 힘들 뿐더러, 숙소도 비싸지고 등등. 하지만 아비뇽 연극 페스티벌은 생각보다 기간이 꽤 길어, 거의 7월 내내다시피 한다. 연극을 보진 못했지만 축제 분위기라도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거리거리마다 포스터가 빼곡하고, 극단들이 다채로운 의상과 퍼포먼스로 홍보를 하며 다닌다. 한국 극단들이 지나가는 것도 봤다.



대로같은 광장이 축제의 중심지 같은 느낌이다.

떠들석한 거리 공연 따위는 귀로만 느끼면서, 적당히 자리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뭐 역시 이탈리아에 비하면 음식은 별로인 편.



피렌체, 제노바에 이어 아비뇽에서 Kiwi의 세번째 회전목마. ㅎㅎ

피렌체의 목마가 밤이었어서 더 멋지게 기억되긴 하지만, 아비뇽 목마도 예쁜 듯. 2층으로 된 것도 특이하고.

아비뇽에서의 일정은 대략 여기까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