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책이든 보다가 보면 희한하게 비슷한 주제나 관련성 있는 것들을 의도하지 않게 연달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작년 같은 경우 스페인어권 소설들이 서너권 연달아 걸린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와 책이 연달아 걸렸다. 일본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산호초전설 푸른 바다의 엘피', 제니퍼 코넬리와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지구가 멈추던 날', 그리고 몇년 동안 책꽂이만 지키다 결국 읽어버린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중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대략적인 주제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환경에 관한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다. (경고 : 언급된 작품들의 스포일러 있음)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미야자키 하야오적인 주제에 영화 ET나 가위손에서처럼 이질적인 존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달갑지 않은 상황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지구가 멈추던 날'은 광고만 보면 외계인과 전쟁을 그린 오락 영화 같지만, 실상은 환경문제에 관한 좀 맥빠진 경고를 담고 있다. 침략자인줄 알았던 외계인께 지구에 온 이유를 물으니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라는데, 지구를 어떻게 구하겠다는고 하니 인간들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아주 확실한 방안을 들고 오셨다는 얘기.
그리고 오늘 얘기의 main 주제는 바다소녀 엘피다.
중학생 무렵에 명절 특집으로 공중파를 탔던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원제를 번역하면 '산호초 전설 푸른 바다의 엘피'쯤 된다는데, 내가 기억하는 국내 방송 제목은 '바다소녀 엘피'였다.
물론 20년 가까이 지나서 예전에 감동했던 것 그대로 감동하기에는 나도 너무 머리가 컸고, 작품도 낡은 느낌이 많이 난다.
그렇다고는 해도 괜히 봤다고 할 것까지 있겠나. 내가 변했건, 대상이 변했건, 오랜 시간이 지나 마주한 그 대상이 그때와 같은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더라도,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변질되는 건 아니다. 그때의 아름다움은 그때의 아름다움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작년 같은 경우 스페인어권 소설들이 서너권 연달아 걸린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와 책이 연달아 걸렸다. 일본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산호초전설 푸른 바다의 엘피', 제니퍼 코넬리와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지구가 멈추던 날', 그리고 몇년 동안 책꽂이만 지키다 결국 읽어버린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중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대략적인 주제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환경에 관한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다. (경고 : 언급된 작품들의 스포일러 있음)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미야자키 하야오적인 주제에 영화 ET나 가위손에서처럼 이질적인 존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달갑지 않은 상황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지구가 멈추던 날'은 광고만 보면 외계인과 전쟁을 그린 오락 영화 같지만, 실상은 환경문제에 관한 좀 맥빠진 경고를 담고 있다. 침략자인줄 알았던 외계인께 지구에 온 이유를 물으니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라는데, 지구를 어떻게 구하겠다는고 하니 인간들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아주 확실한 방안을 들고 오셨다는 얘기.
그리고 오늘 얘기의 main 주제는 바다소녀 엘피다.
중학생 무렵에 명절 특집으로 공중파를 탔던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원제를 번역하면 '산호초 전설 푸른 바다의 엘피'쯤 된다는데, 내가 기억하는 국내 방송 제목은 '바다소녀 엘피'였다.
바로 이 소녀가 엘피
중학생때 단 한번 본 단편 애니메이션을 이렇게까지 기억한다는 건 대단히 인상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상이 깊었던 정도가 아니라, 무심코 돌려보다 걸린 그 애니메이션을 보고는 감동+연정+안타까움 등등이 믹스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었다. 여운 또한 폭풍우 같아서 며칠 밤을 엘피 생각에 잠 못이루었는지 모르겠다. 그 뒤 한동안은 명절만 되면 신문의 편성표를 샅샅이 뒤져 다시 방송을 해주지나 않을까 찾아봤었는데, 몇번 편성표에 방송해준다고 나왔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는 해서 결국 한 번 밖에 보질 못했다.
이렇게 한번 방영되었을 뿐인데도 이를 본 사람들은 나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실제로 몇년 전 우연히 얘기를 하다가 엘피를 기억하는 친구도 봤었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나와 비슷한 기억을 적어 놓은 사람들도 꽤 있다. 너무나 큰 인상으로 남았었기 때문에, 몇년 전에도 다시 생각이 나서 방송국 다니는 친구에게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그러다 결국 얼마전에 우연히 구하게 되어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정확한 디테일은 기억을 못했는데, 다시 보니 대통령쯤 되는 자리에 있는 인물이 닥치는 대로 개발(삽질)을 추구해서 바다를 망가뜨리려 하고,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똘마니들 시켜서 감옥에 가둬버리는 게 어디서 많이 본 꼬라지다. (그런 악당도 막판에는 반성을 하는데...)
사실 인상이 깊었던 정도가 아니라, 무심코 돌려보다 걸린 그 애니메이션을 보고는 감동+연정+안타까움 등등이 믹스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었다. 여운 또한 폭풍우 같아서 며칠 밤을 엘피 생각에 잠 못이루었는지 모르겠다. 그 뒤 한동안은 명절만 되면 신문의 편성표를 샅샅이 뒤져 다시 방송을 해주지나 않을까 찾아봤었는데, 몇번 편성표에 방송해준다고 나왔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는 해서 결국 한 번 밖에 보질 못했다.
이렇게 한번 방영되었을 뿐인데도 이를 본 사람들은 나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실제로 몇년 전 우연히 얘기를 하다가 엘피를 기억하는 친구도 봤었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나와 비슷한 기억을 적어 놓은 사람들도 꽤 있다. 너무나 큰 인상으로 남았었기 때문에, 몇년 전에도 다시 생각이 나서 방송국 다니는 친구에게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그러다 결국 얼마전에 우연히 구하게 되어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정확한 디테일은 기억을 못했는데, 다시 보니 대통령쯤 되는 자리에 있는 인물이 닥치는 대로 개발(삽질)을 추구해서 바다를 망가뜨리려 하고,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똘마니들 시켜서 감옥에 가둬버리는 게 어디서 많이 본 꼬라지다. (그런 악당도 막판에는 반성을 하는데...)
20여년 전 그렇게 슬프고 아름답던 마지막 장면
물론 20년 가까이 지나서 예전에 감동했던 것 그대로 감동하기에는 나도 너무 머리가 컸고, 작품도 낡은 느낌이 많이 난다.
그렇다고는 해도 괜히 봤다고 할 것까지 있겠나. 내가 변했건, 대상이 변했건, 오랜 시간이 지나 마주한 그 대상이 그때와 같은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더라도,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변질되는 건 아니다. 그때의 아름다움은 그때의 아름다움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