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휴가로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다.
불같은 서울의 여름은 싱가포르보다 더웠으니 한여름에 갔어도 좋았겠으나, 성수기를 피하려니 별 수 없었다.
아무튼, 5박의 싱가포르 여행 기록 시작.
마일리지로 예약하려니 시간대가 다양하지 않아서, 첫날 오후 비행기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런저런 혜택으로 2박 정도를 무료로 묵을 수 있어서, 첫날 바로 호텔에서 잠만 잔 것이 덜 아까울 수 있었다.
여기는 우리가 4박을 묵기로 한 Fairmont Singapore.
Standard로 예약했으나 Suite로 업그레이드 받아서 쾌적하게 보냈다.
다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쪽의 Pool View는 별로 좋은 방향이 아니다. (아래로 8층에 위치한 Pool이 보임)
원통형으로 생긴 이 호텔의 다른쪽 View로는 Marina Bay Sands가 보이는 멋진 View가 있다.
조식은 so so.
왼편에 보이는 건물은 70층짜리 같은 계열 호텔인 Swissôtel The Stamford.
수영장을 공유해서 사용하고, 꼭대기에 야경으로 유명한 Restaurant과 Bar(Equinox Complex)가 있지만, 결국 못가보았다.
오기 전 여유도 좀 없었고, 좁은 싱가포르에서 5박이니 여유 있으리라 생각해 일정 짜는 걸 게을리 했더니, 호텔에선 매일밤 일정짜느라 바빴다. 게다가 시내 중심가 일정을 여행의 후반부에 배치해 주변 지리 파악이 상당히 늦었다.
다니다 보니 호텔의 위치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곳이었다.
그 자체로 중심가이기도 하지만, 싱가포르 동서와 남북을 잇는 MRT 대표 라인이 교차하는 City Hall역과 연결이 되어 있다.
쇼핑몰인 Raffles City도 붙어 있어 뭘 사거나 식사하기에도 편하고, Citi은행 ATM기도 가깝다.
다음날 오전 첫 행선지였던 주롱 새공원은 싱가포르 내에서는 가장 먼 주요 관광지 중에 하나이다.
지리가 파악될 때까지, 그리고 가급적 평일에, 우선 멀면서도 주말에 붐비기 쉬운 곳들 먼저 일정으로 잡았다.
MRT를 타고 한참 가서 Boon Lay 역에 내려 다시 10여분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위와 같이 전철역과 연결된 주롱포인트 내 버스 인터체인지 실내에서 대기하다 문앞에 버스가 오면 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롱 새공원은 내부에서 코끼리열차 같은 것을 타고 돌 수 있게 해놓았다.
하지만 겉으로만 돌면 새들을 가까이서 보기는 어렵다.
아이가 아주 어리거나 너무 덥지만 않으면 그냥 한바퀴 걸을 만하다.
주롱 새공원은 새들을 가깝게 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위와 같이 새 먹이를 사서 직접 줄 수도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감흥이 크지는 않았던 것이, 전에 Australia Noosa에서 묵었던 유스호스텔에서는 아침식사를 하고 있으면 이런 야생의 새들이 그냥 옆에 와서 빵조가리 얻어 먹으려 기다리고 있었고, 이 새공원에서는 갇혀 있는 화려한 앵무새들이 공원에서 야생으로 그냥 보였던 정도라... ㅎㅎ
이 안은 전체가 거대한 새장이다.
새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2~3중으로 단계가 나뉘어진 문들과 무거운 발을 열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특히 이곳은 상당히 넓어서 안에서도 꽤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날지 못하는 새들은 따로 그물 없이 달아나지 못하게 해두었다.
타조 종류만큼 커다란 이 새도 바로 위에서 상당히 가까이 볼 수 있다.
펠리컨이 많은 호수를 가르지르는 길.
아프리카 조류관 안에는 이런 인공폭포도 있다.
새공원 근처에는 별로 먹을 곳이 많지는 않아 출입구에 붙어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다소 비싼 점심을 먹고, Bird Show를 보고 일단 호텔로 귀환. Kiwi와 함께인 여행은 오후에 한번쯤 낮잠과 휴식이 필요하다.
첫날의 저녁 일정은 Night Safari.
여기도 싱가포르에서는 꽤 먼 이동거리. MRT 타고 북쪽 Ang Mo Kio 역까지 가서도 버스를 꽤 오래 타야 한다.
낮에 주롱 새공원과 패키지로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샀지만, 싱가포르의 물가는 예상보다 상당히 비싸다.
이전 가족여행이 대만이어서 더 비교가 되는데, 5일간 이곳에서 쓰려고 예상하고 찾아둔 현금을 이틀도 못되서 다 썼다. -_-;
저녁 8시쯤 도착해서 일단 입구의 식당가에서 저녁 식사.
중국요리였는데 쿵푸칠리치킨을 비롯하여 그럭저럭 먹을 만.
Night Safari도 주롱 새공원과 마찬가지로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데, 상당히 넓어서 다 걷기는 힘들 것 같고, 중간에 내릴 수 있는 곳에 내려서 Trail을 따라 걷는 것이 좋다.
창살은 거의 없고, 대형이나 육식동물들은 도랑으로 분리되어 있다.
사자였나 호랑이였나는 너무 가까이 보여서 저녀석들이 마음만 먹으면 도랑을 뛰어 건널 수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사슴같은 종류나 순한 초식동물들은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만큼 가까이 지나치기도 한다.
달 같은 조명이라는데 너무 컴컴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생각보다 적응하여 볼 만했다.
Trail을 따라 걷는 건 도시인을 위한 가짜 정글 여행 같은 느낌을 주는데, 나는 만족. ㅎㅎ
온갖 벌레와 파충류 따위가 득시글대는 진짜 정글에는 별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내변산 와룡소 정도만 해도 나한텐 정글이었다. ㅋㅋㅋ)
나올 때는 좀 지치기도 하고, 버스타고 MRT 타는 것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그냥 택시로 귀가.
호텔에 도착하니 10시반 정도.
이제 첫날이니 밤에는 무리 않고 첫날은 일정 좀 짜다가 얌전히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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