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에 관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개인적으로는 그네 음악이 내 취향이 전~혀 아니기에 스스로 음악 아닌 부분으로 천재 마케팅하는 행태가 좀 우습기는 했으되, 설마 세상이 아무리 허술하다 한들 학력을 저리 크게 뻥치겠냐 싶었다. 그것도 그냥 조용히 어디 졸업했다고 슬쩍 적어놓는게 아니라 TV에 나와서 얘기하고 다닐 정도인데 말이다.
어쨌든 MBC가 심판역으로 나서서 판결을 내렸으니 타진요인지 뭔지 하는 몇몇 인터넷 집단들은 정신병자 집단으로 공인되었다. 이번엔 다수가 타블로의 편에 섰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어떤 이의 주장에 소수가 의문을 제기하고, 다수가 오히려 음모론에 경도되어 소수를 공격하는 경우도 우리는 심심찮게 봐왔다. 대표적으로 황우석과 심형래.
그래도 이 경우들에 있어 매번 '결국 승리한 진실'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적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특히 황우석과 심형래 건의 경우 '애국심'이라면 일단 두드러기 나는 사람들이라면 '쉬운 문제'에 속한 경우였으리라. 거기다 나처럼 음모론은 영화에서나 재미있지 현실에서는 '오캄의 면도날'쪽이 더 유용한 편이라고 여긴다면 위에 언급한 세가지 케이스 모두에서 '승리한 진실'의 편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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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항상 운좋게 '진실'의 편에 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잘 몰랐던 사람이긴 하지만, 학력위조 얘기가 나오다 보니 이 사람 얘기도 나오길래 누구인지 검색해보니 나오는 게 이런 기사. 학력 위조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었던 이후에 나온 스캔들이다. (학력위조 혐의도 판단하기 좀 애매한 것 같다.)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739
이 기사를 보면 누구 말이 사실인진 모르겠으나 암튼 둘간에 지저분한 일들이 있었나보다 싶다. 일단 주지승은 완전 땡중인 듯 싶은데 신도들의 반발이라... 뭔가 좀 이상해도 사기꾼들도 사기치는 재주는 있으니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
http://www.ikbn.co.kr/news/service/article/mess_01.asp?P_Index=33633&flag=
조금더 검색해보면 이런 기사도 나온다. 호옷, 기사가 전형적인 삼류 매체 필이 나긴 하는데, 그래도 명예훼손 걱정도 않고 대놓고 이러는 걸 보면 뭔가 확실한 물증이 있어서 터뜨렸구나 싶다. 이 기사를 보면 그 여교수가 아예 사찰을 노리고 주지승에 접근한 꽃뱀이다.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09&aid=0002261166&date=20100514&type=0&rankingSectionId=102&rankingSeq=4
이번엔 검색해서 찾기도 쉽지 않은 기사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문제의 언론이 위 두번째 기사를 내보낸 언론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유력해 보이기는 하다. 이제 판단되기로는 여교수가 사기꾼 제비에게 걸렸고, 10억 나눠먹겠다고 전직 국회의원에 소위 언론사 사장까지 합심해서 신도 행세하면서 한 사람을 물어뜯었다.
여기서 또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없으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이런 소동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대부분은 위 일련의 기사들 중 중간까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디까지 접했느냐에 따라 그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진실은 '간통후 재산다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여자', '재산 노리고 주지승 유혹한 꽃뱀', '간통을 빌미로 재산 협박 당한 협박 피해자'까지, 꽤나 다른 모습으로 그 사람을 오래도록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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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볼까.
뽀빠이 아저씨 이상용씨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 예전에 '우정의 무대'를 진행했던 것 같은데 어째 요즘은 보이지 않는 잊혀져가는 연예인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신문이나 뉴스를 자주 봤었다면 그에 대한 '심장병어린이 후원금 유용 의혹'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여전히 그에 대해 좋은 일 한다고 떠들면서 자기 잇속 차린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뽀빠이 이상용씨에게 이런 억울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요즘도 그렇지만 언론이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혐의없음이나 무죄판결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으므로, 이런 일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나 알게 된다.
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_donga/9909/nd99090330.html
요즘 인터넷에 그에 관해 검색해보면 오히려 그의 혐의에 대한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는 별로 관심없는 기자들이 일방을 인터뷰한 기사라면 모를까.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userId=sjsjpink&logId=2791922
그래서 적어도 인터넷상에서 이제 '진실'의 대세는 뽀빠이 이상용씨의 편이 된 듯하다.
그런데 이런 글은 어떤가?
http://minix.tistory.com/160
자, 이쯤되면 이상용씨가 사기꾼도, 정치압력에 희생된 성인군자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인간으로 다가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디까지 한 사람에 대해 정보를 접했는지에 따라 - 여전히 불확실한 정보들이지만 - 그 사람은 전혀 다른 인상의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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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다른 케이스지만 정선희씨와 故안재환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 아닌 의혹.
http://media.daum.net/entertain/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100930095016631&p=hani&RIGHT_ENTER=R6
이 인터뷰 이상의 내용이 필요한걸까.
댓글을 보면 타진요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태도로 여전히 그들이 원하는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나는 지금까지 접한 정보들만으로는 딱 김어준씨와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된다.
여전히 그의 팬은 아니지만 그의 편에 서고 싶은.
타블로가 받은 상처도 쉽게 얘기할 건 아니겠지만, 정선희씨가 받은, 받고 있는 상처에 댈까 싶다.
그저 그의 팬이 아니기만 했을 때엔 억세보여서 왠지 껄끄러웠던 느낌이, 지금은 그래도 강해보여서 참 다행이다 싶다.
잘 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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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얼마전 가수 이루, 태진아와 모 작사가의 진실게임도 그렇거니와, 여러 사례들에서도 언제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들이 주연/조연으로 참여했다.
이제 최소한 일방의 말만 듣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상식이다. 그럼 누가 거짓말쟁이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걸 잘 판단할 줄 아는 게 지혜의 영역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혜는 항상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염두와, 잘못된 '진실'의 편에 선 것을 알았을 때의 반성을 통해 길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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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 건은 여전한 현재진행형이다.
미네르바 조작설에 대한 블로그인데 분량이 상당하다.
http://blog.daesan.com/2009/06/24/minerva-1-daum
관련해서 지난번에 이 사이트를 알려준 친구와 술자리에서 한참 설왕설래 했었는데, 나는 이 블로거의 주장에 별로 수긍하지 않는 편에 섰었다. 정확히는 내 입장은 실용적인 것으로, 미네르바의 정체가 무엇이든 이 사회 발전에 그다지 도움되는 진실은 아니라 보았기 때문에 글 내용 읽는 것도 대충 훑어보는 수준일 뿐이었다. 이 주장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치고는 너무 복잡한 음모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블로거나 그때 논쟁했던 친구에게는 미네르바의 정체가 좀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더 깊게 파보는 것이겠지.
물론 그들의 주장이 옳고 내가 틀릴 수 있다. 나는 더더군다나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았으니까.
언젠가 만일 그 블로거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나는 진실을 얘기하는 방법의 범주에 새로운 타입을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이다. 혹시 읽어본 사람 있으면 본인 생각도 알려주길.
어릴적 아버지 서재의 Life지 사진집에서 본 기억이 생생하다.
이 유명한 보도사진에도 숨겨진 진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 숨겨진 진실이란 것은 믿느냐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나에게 이 사진의 진실이 좀더 중요하고 좀더 궁금한 것이었다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진실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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