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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nion

by edino 2010. 9. 27.
불과 한달 전쯤의 우리집 주방 싱크대 사진이다.
울긋불긋한 건 물때 같은 건데, 이상하게 우리집 물때는 저렇게 붉은 색이다.
인터넷 찾아보니 새집에 많이 생긴다 하고, 환기 등이 잘 안되면 생길 수 있다하니 뭐 어쨌거나 생길 법한 환경이었지. 쩝..
무엇보다 저 싱크대 위로 돋아난 콩나물인지 뭔지. -_-;;
생명의 신비를 느끼기엔 장소가 좀 거시기 하다.
저거 보고 진짜 바퀴벌레 본듯 흠칫 놀랐다. -_-;;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 지금까지 우리집은 이사 와서 한번도 쌀을 산 적이 없을 정도로 살림집이 아니었다.
햇반 몇개 산 게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다.
냉장고는 거의 텅텅 비어있고, 음료수나 맥주, 안주류 정도나 있고.
아마 저 콩나물도 우리집에서 손님맞이 한다고 Kiwi의 밥을 싸와서 먹이다 남은 반찬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집안 청소 상태도 안좋다 보니 이런 일까지 일어났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당연히 Kiwi 육아로 인해 온가족이 이곳저곳 흩어져 살다보니 생긴 일이다.
아이는 주중엔 장모님댁, 주말엔 할아버지댁.
yeon은 주중엔 장모님댁과 우리집을 왔다 갔다 하고, 주말에야 온가족이 모이는 것도 할아버지댁이었다.
우리집은 새집 냄새가 여름내 심하여 아기가 못왔고.
아이 살림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집안일도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원래 계획은 내년 초 정도까지는 주중에 장모님댁에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 찾아오는 생활을 계속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아빠를 매일 보지 못하는 Kiwi도 불쌍하고, 한참 귀여운 아이를 주말에만 보는 것도 안타깝고, 생활도 정착된 느낌이 안들고 하여, 여름 더위가 꺾어질 무렵부터 가족 모여살기 궁리를 시작하였다.

여름이 다 끝나갈 무렵에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랑 1박으로 강화도에 다녀왔어요.
 

엄마아빠가 갈매기도 보여주시겠다며 석모도까지 가면서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모았지만,
저는 갈매기나 바다보단 새우깡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

원래 새집증후군 원인 물질들이 집의 온도가 높으면 더 많이 나오는지라, 여름내 한참 어른들도 눈이 따가왔는데, 계속 부지런히 환기하고, 새집증후군 제거에 효과있다는 스프레이도 써보고(thanks to MJ), 어쨌든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긴 하다. 겨울되면 다시 난방하는데 문은 잘 못열어두니 요즘 더 확실히 해둬야 할 듯.

그리고 지난주말에 두분의 입주아주머니 후보를 면접하여 바로 그날 한분을 결정하였다.
조선족이신데, 이틀 정도 같이 지내보았는데 yeon은 서로 잘 맞는 것 같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추석 연휴에는 장모님댁과 할아버지댁에 흩어져있던 아이 짐 옮기기.
은근히 양쪽에 짐이 많아서 차로 몇번을 옮겨야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Kiwi 짐들이 한집에 모였다.
미니멀리스틱 콘도미니엄 분위기의 우리집은 한순간에 여염집으로 변하였다. ^^;
물론 아직 Kiwi 방의 자잘한 장난감들이 거실에 흩어지기 전의, 막 짐 옮겨놓기만 한 상태의 사진이다.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줄 알았으면 이사 전 사진도 한장 찍어둘걸. ㅎㅎ
사실 주중에도 주말에도 항상 (외)조부모님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같이 있었기에, 그냥 우리 부부만 있는 우리집에 데려온다니 은근 힘들까봐 걱정도 되었으나... 살림도 같이 봐주시는 이모님(입주도우미) 도움 덕에, 집이 집다와졌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근 한달 못했던 안방 화장실 청소도 하고, 냉장고도 가득 채우고, 쌀도 사고...
무엇보다 집에 있으면 Kiwi가 여기저기 성큼성큼 돌아다닌다!
거실에서 놀던 아이가 엄마도 이모님도 일하시느라 바빠 못놀아주자, 컴퓨터로 일보고 있는 아빠방에 아장아장 들어와서 올려다보며 안아달라고 팔을 벌린다. 계속 같이 살아와서 그게 당연한 가족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게 다 감동적이었다.

주말엔 예술의 전당에 전시를 보고 왔어요. 조기교육을 시키러 데려왔다고 우기실지 몰라도 전 알아요.
부모님께 공짜표가 있어서 온 것이란 걸. ㅎㅎ 물론 저도 그림같은 건 아직 관심 없어요~

종종 넘어지긴 해도 이젠 걷는게 좋아요!

저녁때 매일 엄마아빠랑 동네 산책도 갈 수 있고, 같이 모여 살게 되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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