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wi의(더이상 Kiwi란 태명이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지만 ㅋㅋ) 돌잔치 3일전, 자기도 이제 만 한살인데 뭔가 뜻을 이뤄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여지껏 기지 않다가 처음 기기 시작했다!
돌 무렵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Kiwi는 머리가 무거워서 아직 무리고, 게다가 짚고 일어서는 건 해도 엎드리는 건 워낙 싫어해서 별로 기려는 시도도 안했었다. 그러다 지난주말 처음으로 책상다리에서 사진과 같은 포즈로 넘어가는 걸 해내더니, 며칠뒤 요상한 방식으로 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온갖 개인기를 돌잔치 전 3일동안 폭발시켰다. 기어가기 뿐 아니라 눕거나 엎드려 있다가 혼자 일어나 앉고선 뿌듯하게 씨익 웃기, 소파 등을 잡고 일어서기, 테이블 잡고 무한 돌기 등등. 안기려는 듯 싶다가도 안으려 하면 발로 버팅기면서 어른들을 타고 넘어설 기세다.
갑자기 늘어난 활동량 덕분에 어른들은 2배로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기거나 잡고 걷다 순식간에 넘어지면서 이틀동안 2번의 유혈사태를 겪었다. ㅠㅠ
100일엔 양가 부모만 모시고 식사를 했지만, 돌엔 형제자매와 친척들을 좀더 불러서 어른 20여명쯤이 모인 자리를 마련했다. 그래도 딸린 아이들 하며, 여기저기서 불러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보다 훨씬 많이 부르는 부모들은 참 대단한듯.
어쨌든 얼마나 정신이 없었냐 하면 내가 돌사진을 찍을 틈이 거의 없었다.
동생에게 맡기긴 했었는데... 거의 건진 사진이 없다. -_-;
어쨌든 돌잔치는 이런거 저런거 다 생략하고, 사진 슬라이드쇼와 하이라이트인 돌잡이만 좀 신경쓰려 했다.
슬라이드쇼는 나름 잘 준비를 했었는데 막상 옮겼더니 사진 중간중간의 일부 동영상이 안나와서 진행이 좀 매끄럽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도, 빌 게이츠도 피해가지 못하는 데모의 법칙이려니. -_-;;
그리고 돌잡이는 청진기니 재판봉이니 하는 특정 직업들을 강요하는 듯한 요즘 돌잡이에 심한 거부감을 가진 고로, 뭔가 새롭게 해보고 싶었다. 전통적인 돌잡이도 나쁘진 않지만, 모두 좋은 뜻으로 올려진 물건들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물건들은 한두가지인 것이 좀 걸렸다.
해서 생각해본 게 좀더 추상적인 가치들을 아이가 선택하게 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음대로 물건들에 추상적인 가치를 붙이는 건 좀 이상했고, 그래서 생각해본 게 꽃말이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을 돌잡이상 위에 놓고, 아이가 고른 꽃의 꽃말을 선택하는 것으로...
우리 부부에겐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였어서 돌잡이 전에 터미널 꽃상가로 직접 꽃을 사러 갔다.
꽃말이 잔뜩 나와 있는 프린트를 가지고...
그런데, 우리가 마음에 드는 꽃말을 가진 꽃들은 대부분 철이 아니거나, 없거나 등등 거의 구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6월이 제철인 꽃들은 대부분 예쁘지도 않았다.
결국은 허탕을 치고 그냥 돌상에 차려진 대로 전통적인 돌잡이를 했다.
답답하다고 진작에 도령모자(?)는 집어 던졌고, 돌잡이 물건 잡으래도 역시 한참을 머뭇머뭇.
해보고 나니 꽃으로 했으면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도 힘들고 더 정신만 없었을 듯.
심지어 돌잔치 후 어디선가 보니, 옛 방식대로는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돌상에 살아있는 꽃을 꺾어서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_-;;;
이번에도 교훈은, 역시 이런 행사는 그 형식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 준비할 만큼 가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적당히 뺄 거 빼고 그냥 ready-made로 가는 것이 좋다는 것. -_-; 게으른 주제에 어설프게 특이하게 하려고 하면 망하기 십상이다.
암튼 Kiwi의 첫번째 선택은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이 오색한지로 추정되는(?) 물건...
어른들도 다 의미를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궁금해하자, 반응이 별로라고 여겼는지 훽 던지고 두번째로는 붓을 집었다.
그재서야 어른들이 박수.. 뭐 나중엔 어머니가 이것저것 다 잡아보라고 손에 쥐어주려 했는데 엽전은 내치더군. ㅋㅋ
부모된 마음으로서 아이가 돈을 잡길 바라는 건 내 기준으로는 좀 아닌 것 같고 하지만, 굳이 쥐어줬는데 내칠 건 또 뭐니 싶기도 하다. ㅋㅋㅋ
그나저나 저 오색한지로 추정되는 물건의 의미는 정녕 무엇인지??
실제로는 천이었는데 여러번 쓰기 위해 오색한지 대신 올려둔 거 같고... 구글링을 해봐도 쉽사리 정답은 모르겠다.
다재다능이라는 데도 있고, 오복이라는 데도 있고, 화려한, 조화로운 삶이라는 데도 있고..
뭐 어쨌든 좋은 뜻이려니. 그래도 혹시 정확한 의미를 안다면 댓글을~
식이 거의 끝나고 이건 내가 찍어준 한 컷.
사실 요녀석은 지금 잡고 있는 저 리모콘을 제일 좋아했다. ㅎㅎ
암튼, 이녀석에게 당장 해줄 말은 1년 전과 똑같다.
건강하게 자라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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