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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reading

The Accidental Theorist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by edino 2010. 4. 15.
요즘은 책을 사서 읽기 보다는 회사 Library를 이용하는 편이다.

이사를 하다 보니 음악도, 사진도 다 digital화 되어 더이상 물리적인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데 반해, 아직도 이 책이란 녀석들은 방에서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한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경우란 아직까지 거의 없기 때문에, 눈 딱 감고 책장 몇칸 정도만 남기고 다 버릴까 생각도 했었는데, 어지간히 버리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도 책은 잘 버려지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초쯤엔 과감하게 전공서적들을 잔뜩 버렸다. 워낙 시험때만 잠깐씩 봐준 책들이라 참 깨끗하고, 비싸게 준 원서도 많은데 아깝지만 어쩌겠나. 졸업하고도 가끔 들춰본 몇권의 책 빼고는 사실 앞으로도 펴볼 일 없을 것이 대부분인지라, 죄다 버렸다.

머지않아 본격적인 e-book 세상이 온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적극 수용할 참이다.
지금 있는 책들도 e-book으로 바꿔준다면 약간의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죄다 digital화 하고 책은 다 버리고 싶다.
좀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의 소유자들은 여전히 종이책의 느낌을 좋아하겠지만, 난 읽을 때는 몰라도 집에 물건이 쌓여 있는 꼴만큼은 정말 싫다. 게다가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어지간하면 문서도 출력 안하고 그냥 모니터에서 보는 편이다.

그래서, 조만간 올 본격 e-book 세상 전까지는 가급적 종이책은 덜 사고, 빌려 읽는 체제로.
회사 Library는 사실 회사와 직접 관련된 분야 이외에는 그렇게 풍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나마 좀 흥미가 가는 신간들은 순식간에 대기자들이 몇달씩 줄서버린다.
그래서 나도 아예 한꺼번에 흥미있는 책들을 여럿 예약을 걸어버렸다.
이렇게 하니 내 차례가 돌아오는 시간들이 각각 분산되어, 적당히 한 책 읽고 있으면 다음 책 차례가 와있고 하는 식이 되었다.

전에도 나는 굉장히 천천히 정독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한 적 있는데, 빌려읽는 책에 대해서는 확실히 정독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덜하다. 사는 것과 달리 별로 확신이 없어도 대출할 수 있으니 별로인 책도 접하는 경우가 더 많고. 요즘 읽은 몇몇 책들은 중국 특파원 출신이 쓴 중국 경제와 관련된 책, 구본형씨의 책 두 권, 여러 나라의 관습과 매너 등을 실용적으로 접근한 책 등등을 봤는데 대부분은 내가 읽어오던 책들과는 거리가 먼 분야들이지만, 뭐 회사에 있는 책들이 대게 이런 식이다.

오늘 다 읽은 책은 폴 크루그먼의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다.
근래 빌려 읽은 책들 중엔 가장 정독에 가깝게 읽은 책이다.
경제학자치고 워낙 유명한 사람인데, 이 사람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포지션에서 자본주의를 바라볼까 궁금하여 찾아보게 되었다. 다만 나온지 너무 오래 되어서 비교적 근작인 '불황의 경제학'을 보려 했는데, 현재 대기중인지라 일단 대기가 없는 이 책부터 일독. 사실 최근의 상황에 대한 얘기들은 누구라도 그럴듯하게 할 수 있지만, 정말 식견이 있는 학자였다면 12년쯤 전에 내놓은 책에서도 지금에 유효한 얘기를 했어야 할 것 아닌가.


이 책을 읽고 나서 폴 크루그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시장에 대한 믿음은 누구보다도 확고하나, 시장만능주의자는 결코 아닌, 미국 민주당의 브레인으로 딱 어울릴 싸움닭' 정도. 이런 저런 칼럼, 연설 등에서 실명 거론하면서 씹어대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워낙에 상대들이 꼴보수 돌대가리들 아니면 고용주에게 양심을 판 경제학자, (저자의 평가를 빌자면)경제학에 기본도 안된 무지랭이 책장사치 정도라지만, 왠만한 자신감으로는 하기 힘들 것 같은 실명비판들이다. 사실 이정도로 '시장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미국 경제학자의 글을 접할 기회도 별로 없었어서, 나름 생각해볼 주제들도 많았다. 그래서 차례에 맞춰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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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

어설픈 이론가
 - 기술 발전으로 고용의 산업적 구조는 변화된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된 일부 산업의 노동자들의 사례를 공급 과잉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요로 일반화하여 불황과 실업의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생산성의 향상은 그에 따르는 수요 증대를 갖기 마련이고, 실제로 미국은 더 많은 일자리들을 창출해왔다.

다운사이징의 다운사이징
 - (미국에서) 일부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한 우려는 과장되어 있다. 실제 다운사이징의 규모는 건강한 경제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며, 전반적으로는 좋은 일자리의 수와 그에 상응하는 임금 모두 상승하고 있다. 오히려 나쁘게 풀리는 이들은 지난 20년동안 1~2%씩 실질임금의 감소를 겪고 있는 저소득 계층이며, 중산층 이상의 다운사이징에 포커싱하는 태도는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뒷전으로 밀리게 할 뿐이다.

속류 케인스주의자
 - 케인즈주의에 대한 어설픈 이해는 악의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실제로 앨런 그린스펀의 연준은 매우 현명하게 금리를 통한 경기 조절을 잘 수행하고 있다.

완강한 프랑스인들 : 자유, 평등, 공허
 - 프랑스가 겪고 있는 높은 실업률이라는 고통은 프랑스가 세계화의 피해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은 고용에 관한 많은 규제들, 그리고 EU통합의 정당성에 관한 도그마로 인해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프랑화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름 아니다.

2. 우파의 문제

바이러스의 재침공
 - 공급중시경제론의 내용은 조세 삭감이 다이고, 현실과는 다른 이 이론을 들고 나온 밥 돌은 패배했다. 철지난 유물인 이 이론이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각종 싱크탱크, 경제연구소, 언론 등의 종사자들의 그들의 고용주의 입맛에 맞는 이론을 개발하고 유지하는데 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름 아니다.

공급 중시론의 어리석은 나날
 - 공급중시론자들은 클린턴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공언하였으나 완벽하게 실증으로 부정된 이후에도 주장을 철회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그들이 실패로 말미암아 갑작스럽게 괴팍하게 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다.

불평등 교환
 - 미국의 70~80년대를 통해 미국의 빈부 격차는 대단히 심화되었다. 이를 부정하는 리처드 아메이의 통계인용은 모르고 했을리가 없는, 참으로 뻔뻔한 통계조작이다. (실제로 아메이는 극심한 경기 침체 직후 회복기의 계층별 소득 변동만을 인용하여 노골적으로 조작된 통계를 인용하였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꼴보수는 하여튼...)

잃어버린 무화과 잎새 : 왜 보수주의 혁명은 실패하였는가
 - 가난한 이들이 세금 때문에 가난하다고? 미국의 세금은 사실상 유권자들이 원하는 곳에 대부분 쓰여지고 있다. 밥 돌은 그 입 다물라.

황금벌레 변주곡 : 우파의 금빛 찬란한 거둥에 대한 이해
 
- Gold Bug Variations. 아직도 브레튼우드 체제를 그리워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최근 20~30년간 부자들이 더욱 부유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금을 들먹인다. 돈으로는 그들의 재산이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기 위하여 금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주식 소유자는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건 물론 왜곡이다. 금은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가격 상승이 인위적으로 억제되었다가 이후에 가장 값이 많이 오른 재화에 불과하다. 1971년 이래 일반 재화는 250% 상승한 데 비해 다우지수는 700% 올랐다.

3. 세계화와 뜬구름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 Globalization의 성과와 위험 모두 엄청나게 과장되어 있다.

값싼 노동력을 찬미하며 :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라도 무직보다는 낫다
 - 산업화의 과정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저임금을 통해 공업화의 길에 들어선다. 이것이 부도덕하다고?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이들에겐 저임금의 일자리라도 그것조차 없는 상황보다는 항상 낫다.

적자에 시달리는 동아시아 : 중국의 무역 문제를 보는 균형 잡힌 관점
 
- 늘어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문제는 그렇게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이를 통해 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집중할 기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며, 실제로 중국에서 적자를 많이 본 만큼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는 적자를 줄이거나 흑자를 늘이고 있다. 걱정해야 할 것은 미국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저임금 일자리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이다.

4. 성장이란 환상

그리 경이로울 것도 없는 기술의 경이로움
 - 최근의 I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경제 또한 지금까지의 패턴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그다지 근거가 없다. 1957년을 기준으로 각각 40년 전후를 살펴보자. 1917년부터 1957년의 기술 보급의 비약적인 발전에 비하면 1957년부터 1997년의 변화는 매우 소박할 뿐이다.

어리석은 4퍼센트론자들
 - 탁아조합 논쟁 모델로 경제 성장을 위한 적절한 통화 공급의 중요성을 설명. 현재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준의 2~2.5%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타당한 것이며, 4% 운운하는 것들은 기본이 안된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옹호한다
 - 실제적으로 노동자들은 실질임금의 하락은 감수해도 명목임금의 하락은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지나치게 가격 안정을 추구하면 명목임금의 경직성 때문에 필요한 실질임금의 탄력성을 저해하고 이는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큰 사회적 충돌을 감수해야 하는 명목임금의 하락 없이 시장이 강요하는 실질임금의 삭감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

일본은 무엇이 문제인가?
 - 미친 버블의 경험 때문에 장기 불황에도 일본 당국은 계속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오로지 Print Lots of Money 이다. (10여년 뒤 찾아온 Global 경기 침체에서 대부분 나라들의 정책당국들이 취한 대책이 바로 이것.)

물결의 규칙을 찾아서
 - 1990년대 중반의 오랜 장기호황으로 인해 더이상 경기 순환이 없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만, 그건 니네들 희망사항일 뿐이다. (역시 10여년 뒤에 여실히 증명된다.)

5. 투기꾼 무도회

카퍼 씨는 어떻게 파멸하게 되었는가
 
- 고삐풀린 투자자들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이문이 나는 일이라고 뭐든지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금융 시장을 왜 당장 규제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기도 할 것이다.

테킬라 효과
 - 로렌스 서머스와 로버트 루빈이 들고 나와 클린턴이 승인한 멕시코 구제책은 응당 필요한 것이었다. 때론 인기 없는 일도 실행할 때는 해야 한다. 클린턴이 여론조사에만 귀를 귀울였다면 멕시코는 혼수상태, 미국 대통령은 밥 돌이 되어 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트화 현상 : 누가 아시아의 통화 시장을 망쳤는가?
 - 동아시아의 통화위기를 해당국 지도자들은 투기 자본의 농간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진실은 그들이 위기를 몇달 정도 앞당길 수는 있을지언정, 무너질 구석이 있기에 무너졌을 뿐이고, 이론적으로도 그 붕괴는 항상 급작스럽기 마련이다. 무리한 통화 가치 유지는 화를 부를 뿐이다.

조지 소로스로부터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 변동 환율로부터 가능한 정책상의 자유를 활용하되 무차별적인 외환 투기 공격에는 대비를 해야 한다. EU 통합? 하려거든 Just do it. 엄하게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투기적 공격의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실제로 EU 통합 과정이 어땠는지, 크루그먼이 여전히 유로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견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6. 시장을 넘어서

지구의 대차대조표 : 녹색을 추구하는 경제학자들
 - 공해 등을 유발하는 경제적 행위에 세금 등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전혀 반시장적이지 않다. 괜히 태클걸지 말라.

세금과 교통난
 - 도로의 사용이나 부족한 물자원의 사용 등에 관해 사용권을 시장화하자. 전체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러한 권리에 비용 부과는 간접세의 성격을 띄어서 빈부격차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질문하고 싶다. 크루그먼은 이러한 제도를 세금 형태가 아닌 주고 받기까지 하는 시장의 형태로 제안하고 있기는 하지만.)

합리적 민주주의
의학적 딜레마
소비자물가지수와 과당 경쟁
과거를 돌아보며
 -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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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장들에 대하여 반박하고 싶으면 우선 책을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12년전에 씌어진 이 책을 보고 2009년에 나온 그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냐고 묻는댜면 대답은 Y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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