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no 2019. 9. 25. 01:05

Plitvice에서 Zadar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그 운전해서 가는 길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탁 트인 산 밑 벌판들부터 시작을 해서, 상당히 척박해보이는 돌산들이 맥을 이루어 길게 늘어서 있다.

거리를 두고 바다와 나란히 뻗은 이 돌산들이 매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데, 차안에서 제대로 찍힌 게 별로 없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찍을걸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사실 이때 처음 봐서 감탄을 했지, 바로 다음날 그 극단의 풍경을 보게 된다. 이후로도 그런 돌산 풍경은 계속 되었다.

 

Zadar의 경우 숙소 잡을 때 선택의 어려움이 없었다.

주차 가능하면서 old town에서 가까우면서 깨끗한 방... 지도를 보니 반도처럼 튀어나온 old town까지 인도교가 있어서 저기만 건너면 바로 old town인 곳에 괜찮은 숙소들이 많았다. 그중에 하나를 예약.

 

이번 숙소도 apartment라, 각각 어떻게 주인을 만날 것인지가 가장 불편한 부분이다. 귀국 비행기에서 영화 '쁘띠 아만다'를 보았는데,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민박을 대신 관리해주는 사람이다. 그 영화를 보니 예상 도착 시간을 좀더 확실하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키를 주는 사람이 집주인이 아닌 경우도 있고, 가까이 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와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하는 것이다. 보통 예를 들면 오후 3~4시 정도에 간다고 남겨놓는데, 영화에서 주인공은 3시에 오기로 한 사람이 4시인데도 안와서 하교하는 조카를 데리러 가지 못한다고 전화하는 장면이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가까이 사는 집주인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고, 실제로 Dubrovnik에서는 우리가 도착 후 전화를 하고 나서 차로 15분쯤 걸려 온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이 방에는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도 주차할 곳, 입구 찾기도 힘들었고, 기대와 다르게 열쇠 줄 사람이 나와있거나 벨을 누르면 나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차를 어정쩡하게 정차해놓고 yeon이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 가보아도 열 방법이 안보였다. 어찌저찌하여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 우리를 위해 하나 맡아두었다는 주차자리에 차를 세우고, 방으로 같이 가 안내를 받았다. 주차는 지금은 자리를 맡았지만, 다시 빼면 다른 누구라도 그 자리에 댈 수 있다고, 이 근처에는 주차비 없이 아무데나 대면 되는 곳이라, old town에 사람이 몰리는 저녁이 가까워오면 주차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뭐 이런 무책임한 주차 사정에 주차가능이라고 한담. 이게 나중에 좀 문제가 된다. -_-;

 

건물 입구는 매우 허름하다. 하지만 들어가면 반전급으로 깨끗 깔끔할 뿐 아니라, 구조가 매우 신기하다.

거실 겸 주방이 있고, 화장실 공간 위로 침대가 놓여있다. 침대까지 옆으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는 욕조가 나와 있다. 침대까지 모두 천장이 뚫려있어서 거실과 주방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번 여행 숙소중 best였다.

 

점심 먹은 짠맛이 입에 남아 양치를 하는데, 하필 가져온게 허브솔트 치약. 죽염치약 수준이 아니고 엄청 짜다. 짠맛을 없애고 개운함을 느끼려 하였는데, 짠맛이 더 남는다. ㅠㅠ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짜다보니 도저히 안되겠어서, 결국 나중에 현지 치약을 새로 샀다. -_-;;

 

이틀을 묵을 곳이므로 짐도 적당히 풀고, 잠시 쉬다가 old town 구경을 나선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old town이기는 하지만, 주변도 파악하고 구경할 겸 빙 돌아서 갔다.

주변에 가게나 빵집들이 많아서 걸어서도 뭐 사러가기는 매우 편했다.

 

지도를 보고 오늘 들를 곳을 몇군데 찍어 구글맵으로 한붓그리기 일정으로 해놓고 나선다.

5개의 우물광장부터 시작한다.

 

5개의 우물이 나란히 있는 게 좀 이상한데, 포위공격 대비용으로 물탱크 용도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막아두었고 흔적이 있을 뿐, 그다지 큰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옆에 랜드게이르토 나가서, 저기 아래 배들이 보이는 옆길로 벽을 따라 걸으면 본격 바닷가가 나온다.

저 끝 모퉁이를 오른쪽으로 돌아 바닷가 시작하는 곳에

 

Zadar 대학이 있다. 주로 인문학 학과들이 있는 대학.

 

대학 건물이 바라보고 있는 바다가 이러하다.

저 동상은 소라같은 것을 들고 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크로아티아의 연체동물학자 동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바다가 거의 직선으로 뻗어 있다.

중간중간 식당이나 까페도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자갈이나 모래가 아닌, 딱딱한 돌/시멘트로 바다를 면해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높이가 낮아 바다가 매우 가까이 보이기 때문에 Zadar의 바다는 로맨틱하다. 바다까지 높이가 사람키 정도나 될까 해서, 파도가 수시로 넘어오기도 한다. 중간중간 내려갈 수 있는 돌계단도 있는데, 이 험해보이는 바다에서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가끔 유람선도 지나간다.

 

Zadar 바닷가의 로맨틱함을 완성하는 2가지 인공물,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가 있다.

노을 명소라고 되어 있어서 해질 무렵인 이 시간에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든다.

이런 거 보면 여행안내서는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한가보다. ㅋㅋ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다 오르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끝에 와서야 파악이 된다.

아마 저 계단 사이사이로 파도가 들어가고, 파이프같은 빈 공간을 울려 소리를 낼텐데, 앉아있는 뒤쪽으로 구멍들이 나있다. 이 설치작품은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 아니다. 2005년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 전에도 이곳이 노을 명소였을까?

히치콕이 Zadar의 sunset을 극찬하였다고 하고, 그것은 한참 전의 일이고, 여기는 Zadar의 끝에서 지는 해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니, 아마 여행객들이 모이는 곳이기는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 시절과 유고 내전이 한창이던 90년대 중반때까지, 이곳이 이렇게 붐비는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Croatia는 우리나라에서만 여행지로서 주목받는 곳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8월 중순을 넘었으니 가장 성수기는 지났을 때인데도, 유명한 도시들 어디에나 여행객들은 넘쳐났고, 각종 입장료를 비롯한 물가들은 1,2년전 나온 여행책자에 나온 것들과 비교했을 때 안오른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더 정신없고 비싸지기 전에 왔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ㅎㅎ

 

어쨌든 저녁 8시쯤, 얼추 해지는 시간에 맞춰 이곳에 도착하였기에, 조금 더 기다려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날씨가 좋아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다 볼 수 있었다. 해는 바다가 아닌 멀리 떨어진 섬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어쨌든 Zadar는 old town도 크지 않고 짧게 머무는 경우가 많아보이나, 기대보다 더 좋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더 유명한 도시들은 더더욱 사람들이 많았다.

 

바로 옆에 '태양의 인사'도 있었는데,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우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돌기둥들이 늘어선 포럼, 성 도나투스 성당 등 Zadar old town의 주요 볼거리들도 다 근처에 있지만, 우리는 내일도 Zadar에 묵기 때문에 급할 것은 하나도 없다.

 

해지는 것을 보고 모두들 저녁을 먹으러 몰려갔는지, 유명한 몇 곳은 이미 만석에 예약도 불가했고, tripadvisor 등을 뒤져 평 괜찮은 곳을 찾았는데 다행히 금새 자리가 났다. 이렇게 길가에 내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나름 Croatia에서 먹어봐야 할 음식 리스트에서 봤던 생선 수프가 있어 그것도 시켰다.

피자와 파스타는 평범한 편이었고, 생선 수프는 비리지 않을까 했는데 별로 비리진 않고 나름 먹을만 했다.

 

현지의 레드 와인을 곁들였는데,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대체로 와인값이 비싸지는 않으나, Portugal에 비하면 감탄할 정도로 싸고 맛있지는 않은 편.

 

저녁을 먹고, 나는 '태양의 인사'에 불빛이 들어온 것을 보고 싶었지만, Kiwi는 지쳐있어서 yeon과 Kiwi는 먼저 숙소로 가고 나만 다시 구경하러 왔다. 주변이 그다지 어둡지 않아 쏟아질듯한 별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별들이 보이고 사진에도 찍혔다.

 

설치 작품들은 아이디어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스케일의 위력도 무시 못한다.

'태양의 인사' 주변은 좀더 어두워서, 작품의 불빛과 모양에 따라 넘실대는 느낌을 준다.

다만 여행책 사진 등에서 얼핏 보았을 때는 이 위에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주변을 펜스로 막아두어서 밖에서만 볼 수 있다.

 

나도 숙소로.

성당 앞에서 누군가 횃불을 돌리며 묘기를 부리고 있다.

 

꽤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좀 놀랐던 건 old town인데도 현대식 술집이나 클럽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

이곳에 온 많은 젊은 유럽인들은 파티를 위해 이시간에 이곳을 찾는 듯 했다.

야시시한 복장으로 클럽 홍보를 하는 키 큰 언니들도 있고,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Zadar old town을 감싸는 성벽이 높지는 않지만, 그 위에도 올라가볼 수 있다.

11시 가까운 시간임에도, 여전히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저 다리를 건너 숙소로. 꽤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