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상관없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뇌과학의 비밀,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둘다 중년 시리즈(?)이다.
작년에 읽었음.
책의 제목에 솔깃했던 이유는... 다음에 얘기하고. 그러나 이 책은 그다지 기대했던 얘기를 해주지는 않았다.
이 책의 저자인 개리 마커스가 직접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쓴 이야기라길래, 나중에 얼마나 잘치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나이 먹고서도 악기를 배울 수 있다(당연한 얘기잖아!)는 얘기는 있어도 '잘'하게 되었다는 얘기는 없다. 어디 본인이 직접 연주한 동영상이라도 올려두지 않았을까 찾아봐도 없고. 그래서 실망. ㅋㅋ
그는 나를 모르겠지만 최근 이 아저씨 다른 일로도 엮일 뻔 하였다. ㅋㅋ
책의 주된 내용과 큰 상관은 없지만 왠지 기억에 남던 에피소드.
취해 난폭해진 숭객과 함께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그 취객은 다른 승객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주먹까지 휘둘렀다. 그때 느닷없이 기모노를 입은 노인이 나타나 마치 친구를 만난듯이 경쾌한 목소리로 "어, 여봐!”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취객을 찔끔 놀라게 해서 눈앞의 폭력을 피한 것이다.
“내가 왜 당신이랑 얘기해야 하는데?" 취객이 물었다. 이 물음에 노인은 답이 아닌 질문으로 응대했다. “오늘 무슨 술을 마셨나?" 그러자 취객이 “사케 마셨는데, 왜?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순간 그 노인은 상황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군. 잘했어, 아주 잘했어." 그는 말했다. “그거 알아? 나도 사케를 좋아하거든. 매일 밤에 나랑 마누라는 작은 사케 한병을 따뜻하게 데워서 정원으로 가지고 나가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지 내 마누라는 일흔여섯 살이야." 노인은 자신의 정원에 있는 감나무를 묘사하고 사케의 본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분자분 얘기한 뒤 덧붙였다. "그래, 당신도 좋은 아내가 있을 거야.” 이쯤에서 취객에게 남아 있던 공격성은 모두 눈 녹듯 사라졌다.
상황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노인은 놀라운 감성지능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감성지능은 인지과학자들이 종종 직관적 심리학, 또는 마음 이론이라고 부르는, 즉 다른 사람의 믿음과 욕구와 필요를 읽고 예측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론의 형식적 장치보다 이 직관적 심리학이다. 즉, 연주자나 작곡가 또는 가수가 자신의 작품이 청중들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을 예측하고 어떻게하면 특정 분위기나 느낌을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아내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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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발동걸린 인생 투(김덕영) 에서 따온 글들.
전문가들은 개념이나 형식에 대해 으레 그러려니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형식을 파괴하는 도전 정신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아마추어들의 몫이었다.
사실 아마추어에게는 예술이나 학문 자체가 목적인 반면, 전문가들에게는 수단일 뿐이다. 학문이나 예술을 가장 진지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일 자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는 사람, 그래서 순수한 애정으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최고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언제나 이런 아마추어들이었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 쇼펜하우어
주저함을 물리치고 돌덩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된 것. 그것은 세상은 늘 아마추어들에 의해서 새롭게 변해왔다는 믿음이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순수한 사랑과 열정. 무언가 해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을 지닌 자들이었다. 고대 트로이를 발굴해낸 위대한 고고학의 아마추어 슐리만은 자기 책에 이런 말을 남겼다.
"그리스어를 공부하면서, 난 6주 후에는 내가 쓴 편지를 플라톤이 받아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각오로 공부했다."
성공과 승리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 찬 위닝 멘탈리티나 자기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크랩 멘탈리티가 뒤섞여 있는 모습, 그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지 않나 싶다. 그래도 이왕이면 연극 무대의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은가. 네 옆에 있는 사람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또 있을까.
결국 우리 안에 왕을 키울지, 우리 안에 도둑을 키울지는 결국 우리들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