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iments/watching
하얀거탑, 부당거래
edino
2011. 2. 13. 22:58
왠 뜬금없이 하얀거탑 얘기냐 하면, 본인이 이제야 봤기 때문이다.
설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느즈막이, Kiwi를 재워놓고 yeon과 영화라도 봐볼까 IPTV를 틀었다가, 명성은 익히 들어왔던 하얀거탑이 있길래 한번 봐볼까 하여 시작했다. 예전에는 공중파 드라마는 1주일 이상 지났으면 모두 공짜였는데, 치사하게 인기있던 드라마들은 한두편만 맛보기로 공짜이고, 재미를 붙이면 돈을 내게 되어 있다. 총 20편 중에 연휴 5일동안 14편 정도 봤고, 나머지도 3,4일동안 다 봐버렸다. 뭐 2007년 방영된 드라마이니 굳이 스포일러 경고는 않겠다.
메디컬 드라마라는 형식을 하고 있긴 하지만, 주로 사회생활에서의 정치를 다룬 드라마다.
보다 보니 이글을 쓴 작가는 분명히 처음부터 작가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명히 사회생활을 적잖이 해봤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생각지 못한 기자 출신 여성작가였다. 드라마와 원작과는 차이가 좀 있겠지만, 또 그런걸 알고 보면 관찰자적 입장으로 사회경험을 더 많이 한 여성이 썼을 법도 하다.
사실 나보다 더 열심히 빠져든건 yeon이었다.
나는 뭔가 설정들이나 캐릭터들의 행동이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흥미롭게 보기는 했으되 18회 정도까지 보면서도 그렇게 명작 소릴 들을만 한가에 회의가 들었었다. 그리고 보면서 계속 헷갈렸던 것은, 제작진의 의도가 장준혁을 얼마나 악당으로 묘사하고자 한 것인지, 최도영과 그 일당들(?)을 얼마나 이상적인 캐릭터로 그리고자 했던 것인지 궁금했다. 내가 사회생활에 많이 물든 것인지, 이상하게 최도영과 그 일당들은 깝깝하기만 하고 그닥 옳아보이지도 않고, 삐딱하게만 보였다. 반면 장준혁의 행동들은 몇가지 필요 이상으로 어이없게 오버하는 것들만 빼면 그럭저럭 그럴 수도 있는 일들로 이해가 되었고. 굳이 더 극단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장준혁보다는 최도영쪽이 극단적으로 느껴졌다.
내 가치관이 그리 많이 바뀐 것일까? 그보다는 드라마가 다룬 소재 자체가 좀 아니었다고 본다. 특히 의료과실 논란 재판은 아무리 생각해도 장준혁이 굳이 위증을 암묵적으로 사주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무죄였을 법한 사안 같고, 그러다보니 그 반대에 선 최도영 일파들의 행동도 이해가 안갔고.
뭐 드라마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들은 19, 20회에 가서 다 상관없어졌다. 장준혁이 마지막에 죽는다는 사실은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왠지 19회 초반부터 뭔가 울컥하는게 예사롭지 않았다. 새벽 2시가 되가는데도 더 보자는 yeon을, 나머지는 끊어서 봐선 안될 것 같다고 겨우 말려놓고, 지난 금요일 밤에 와인 한병을 따놓고 하얀거탑의 마지막을 시청했다. 중간에 와인 한병으로 모자라 맥주를 사러 집앞 편의점까지 갔다 왔다.
울었다.
오랫만에 픽션을 보면서 운 것 같다.
쫌 쪽팔리지만 술기운에 더해 어찌나 슬펐는지 마지막 대사나 장면들은 잘 기억도 안난다. ㅠㅠ
이 언니 슬퍼하던 장면도 더 기억에 남는다. 누구도 위로를 해주지 않을 얼마나 쓸쓸한 슬픔이고 아픔이겠는가.
마지막 두편은 나중에 언제고 또 찾아서 보고 싶을 것 같은데, 그때도 울면 어쩌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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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같이 법 안지키는 새끼들이 더 잘먹고 잘살어. 그지?
거 뭐 당연한거 아닙니까? 우린 목숨걸고 하잖아. 무조건 잘해야지 죽지 않을라면.
별로 큰 상관은 없는 영화 '부당거래'에서 나름 인상깊은 대사다.
그런데 웃기지.
영화 보면서 경찰 역할의 황정민이 위 대사를 치자마자 나는 유해진의 저 대사와 같은 내용으로 대답하고 싶어졌으니.
요즘 많이 느끼는데, 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사람보단,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이 잘먹고 잘사는 세상이다.
아무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은 적이 많은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뭐 그들 눈엔 내가 안쓰러울 수도 있고, 어쨌든 좀 씁쓸하지.
사실 영화의 결말도 그렇지만 다 필요없고 빽 제일 좋은 놈이 제일 잘먹고 잘살지만. ㅎㅎ
그냥 언급 안하고 넘어가려다 이 영화도 같이 언급한 건, 하얀거탑과 부당거래 모두 잘난 사위에게 참으로 극진한 장인어른들이 나온다는 공통점 때문?